'Info_Rai'에 해당되는 글 117건

  1. 2019.06.29 그토록 변덕스러웠던 하노이의 날씨

베트남 날씨는 변덕이 죽 끓듯 하다. 겨울에는 조금 서늘한 편이지만 3~4월부터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6~9월까지 폭발적인 더위를 선보인다. 하노이는 더구나 습도가 8~90%에 육박하는 곳이라 더욱 푹푹 찌는 더위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. 사우나 같은 날씨라는 표현이 딱 맞는 곳이 바로 베트남 하노이이다. 물론 호찌민이나 캄보디아 같은 곳은 하노이보다 위도가 더 낮아 햇볕이 수직으로 내리꽂기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더 뜨거운 태양을 맛볼 수 있지만, 습도는 하노이보다는 덜하다 보니 그나마 그늘은 시원한 편이다. 하노이는 그늘도 더위를 막아낼 수 없다. 그냥 숨만 쉬어도 허파가 짜증을 내는 소리가 들린다.

비 내리는 일 또한 변덕스럽기 그지없는데 해가 쨍쨍 내리쬐다가도 금세 먹구름이 저글링마냥 몰려들어 장대비를 쏟아 붇는다. 그 비를 보고 있다 보면 아, 이게 바로 스콜이구나~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강력한 비가 내린다. 바람까지 부는 날이면 의미 없는 우산을 들고 비를 막아보겠다는 내 모습이 웃겨 보이기까지 한다. 우산을 쓰는 것이 이 비바람을 막는데 일말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빗길에서 바람에 우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우산을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측은해 보였을 것이다. 

하지만 이 장대비도 두어 시간이면 사라진다. 늘 그렇다. 우리나라 장마처럼 온종일 내리는 비는 그렇게 많이 볼 수 없다. 금세 비가 그치고 땅에 고인 물도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사라진다. 생각해보면 비가 내리는 시간도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듯했다. 물론 내가 겨우 8개월 거주한 것으로 기상통계를 낼 수는 없겠지만, 최소한 내가 거주하고 있었던 2014년에는 새벽에 주로 비가 왔다. 보통 새벽 2시에서 6시 사이에 비가 내렸었다 보니 내가 출근하는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는 이미 비가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. 그래서 우산을 가지고 다닐 일이 많지 않았다. 물론 낮에도 비가 온다. 낮에는 오후에 조금 내리는 수준이어서 퇴근할 때에는 역시 비가 오지 않아 우산을 쓸 일이 거의 없었다.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비 내리는 시간이 대충 정해져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, 한국보다 비는 자주 내리면서도 비 맞을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스터리다. 

Posted by 모리 해리슨
,